도시의 멍과 안전의 역설

유독 멍이 드는 체질을 가진 소설가 손보미가 최근 신작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정부의 통제 아래 재개발된 신시가지와 범죄가 집중된 구시가지의 극명한 대조를 그리며, 아찔한 도시 환경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안전의 갈등을 다룬다. ‘세이프 시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도 이 도시는 불안과 두려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멍, 안전을 압도하다


‘세이프 시티’라는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 도시는 오히려 범죄와 불안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이는 도시 내 각 지역이 안전 등급에 따라 쪼개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최상위 안전 등급인 ‘0등급’ 지역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홍보되지만, 이러한 안전의 틀 안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여전히 존재한다. 도시의 다양한 지역이 안전 등급으로 구분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안전을 ‘숫자’로 측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리적 안정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지역사회를 형성할 수 있지만, 반대로 위험 요소가 농후한 ‘엑스 구역’과 같은 우범지대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안전과 불안이 공존하는 도시 풍경은 마치 사람들에게 멍이 드는 것과도 같다. 이처럼 사회가 안전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불안정한 요소를 드러내는 이 기이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세이프 시티’의 도시에는 실시간으로 각 지역의 안전을 보여주는 앱이 존재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논의와 개인의 안전감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등급화는 오히려 외부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소외감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시민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등급에 따라 차별받는 기분을 느끼며, 이는 보다 깊은 사회적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안전의 허상, 진정한 위험


사람들은 ‘세이프 시티’라는 이름의 이 도시에서 진정한 안전을 찾으려 하지만, 안전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대두된다. 아찔한 범죄가 끊없이 발생하는 구시가지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야 한다. '세이프 시티'라는 이름이 도리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손보미 작가는 “사람들에겐 등급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다. 이는 인간 본연의 안전에 대한 갈망이 결코 복잡한 사회 구조와 함께 만들어낼 수 없는 모순된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인종과 종교,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을 갈망하지만, 그 안전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사회가 안전을 추구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인 반면, 그 안전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 작가의 소설이 그린 ‘세이프 시티’는 이러한 안전을 둘러싼 모순의 짙은 안개를 날카롭게 집어내는 이야기로,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멍이 된 도시, 회복의 길은?


손보미의 ‘세이프 시티’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도시의 멍’이란 표현이다. 이 멍은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다. 사회적, 심리적 스크래치가 쌓이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서 과거의 아픔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도시의 구조는 멍든 피부와 유사하게 보인다. 이 도시가 진정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시의 재구성 및 주민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고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안전이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손보미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과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각자의 현실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참여를 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끔 유도한다. 멍이 된 도시는 치유가 가능하다. 그 길이 너무나 희미하게 보이더라도, 작가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 회복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다. 결국, ‘세이프 시티’라는 명칭은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있지만, 실상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복잡함 그 자체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이제 여러분이 할 차례다. ‘세이프 시티’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해결책을 서로 토론하며 함께 찾아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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